5부.역12단계와 A.A.(NA, GA) 12단계
-옥스퍼드 그룹 운동의 6가지 신앙 원리-
본문
이명훈 교수
“22 너희는 유혹의 욕심을 따라 썩어져 가는 구습을 따르는 옛 사람을 벗어 버리고 23 오직 너희의 심령이 새롭게 되어 24 하나님을 따라 의와 진리의 거룩함으로 지으심을 받은 새 사람을 입으라”). 새롭게 하시는 분은 성령님이시다(딛 3:5 “오직 그의 긍휼하심을 따라 중생의 씻음과 성령의 새롭게 하심으로 하셨나니”).
성령님은 새 사람으로 거듭나게 하실 뿐 아니라, 인격을 교정하시고, 잃었던 정체성을 되찾게 하시며, 왜곡되었던 대인 관계도 회복시키신다.
보혜사 성령님을 가리키는 헬라어 ‘파라클레토스(παράκλητος)’는 영어 성경마다 다르게 번역한다(요 14:16, 26; 15:26; 16:7).
예를 들어, KJV(King James Version)는 ‘위로자’(Comforter),
ESV(English Standard Version)과 NASB(New American Standard Bible)는
‘돕는자’(Helper), NIV(New International Version)는 ‘상담자’(Counselor),
NRSV(New Revised Standard Version)는 ‘변호인’(Advocate)으로 번역한다.
이처럼 보혜사를 뜻하는 ‘파라클레토스’라는 한 단어가 다양하게 번역된 것은 보혜사 성령님의 역할이 다양함을 의미한다.116) 연구참여자 A의 삶에서도 성령님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셨다.
“...그러다 한강에 죽으러 갔었거든요. 더 이상 살고 싶지가 않아서...돈이 있으면 다시 돌아올까봐 가지고 있던 돈도 길바닥에 다 버렸어요. 뛰어내리기 전에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더라구요. 그래서 막 오열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늘 듣던 환청이 아니라 다른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늘 듣던 소리는 저를 정죄했거든요. ‘너는 더러워. 너는 못났어. 너는 루저야. 너는 창녀야’ 이런 말들이 계속 들렸는데. 그 순
116) 고병찬, “요한복음에 나타난 파라클레토스,” 한국복음주의학회, 「성경과 신학」 88 (2018): 65.- 40 간은 완전히 다른 소리가 들렸어요. 처음 들어보는 소리? 따뜻하고 권위 있는 목소리였어요. 그 소리가 ‘너를 사랑하는 한 사람이 있단다’라는 거예요. 저는 그 소리가 성령님이라고 생각해요. 그때는 하나님인지도 모르고 ‘누가 나를 사랑하지? 예전에 만난 남자친구인가?’ 생각했었죠(웃음). 그때부터 늘 듣던 환청이 아니라 그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요. 나에게 도움이 되는 소리? ‘이 쪽으로 가, 거기 가지마, 저 친구랑 친구 해’ 이런 소리? 저한테 꼭 필요한 소리였어요.”
“환우 한 분이 저한테 쉬운 성경을 주셨어요. 매일 그걸 읽었거든요. 다 내 얘기 같더라구요. 또 어떤 남자 환우 분이 주일에 같이 예배 드리자며 저를 찾아왔어요. 처음에는 참석 안 하다가 나중에는 한번 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갔는데 그분은 알콜 중독자였거든요? 상태가 안 좋았는데(웃음) 그분이 인도하시더라구요. 중독자들 네 다섯명이 작은 방에 모여서 찬송을 하는데 눈물이 너무 많이 나와서 고개를 들수가 없었어요. 정신을 못차리고 그냥 울었어요. 말씀은 귀에 안 들어와도 찬송 부르면 눈물이 펑펑 나고...그때부터 예수님에 대한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어요...영어 성경을 신약만 처음부터 끝까지 날마다 필사하고 그랬어요.”
“병원에 작은 운동장이 있었어요. 아침에 50바퀴, 저녁밥 먹고 50바퀴 뛰었거든요. 운동장 돌 때도 그 소리랑 같이 돌았어요. 그 소리는 저를 항상 응원해줬어요...제가 출발하던 나무가 있었거든요. 그 나무에서 출발해서 한 바퀴 다 돌고 올 때마다 ‘잘했어! 잘 할 수 있어!’ 라는 소리가 들렸어요.”
“새벽에 등산도 매일 갔어요. 산에 오르면서 그 소리에게 내 얘기도 하고. 그럼 내 얘기도 다 받아주고 긍정적으로 대답해주고 그랬어요. 스무 살 때였나? 스물한 살 때였나? 일본여행 간 적이 있었거든요. 어떤카페에 앉아서 이런 결혼식을 하고 싶다는 그림을 그린 적이 있었어요. 근데 산에 오르면서 그 소리랑 재밌게 얘기를 하는데 갑자기 그 그림이 생각나는 거예요. 그러더니 그 소리가 ‘이게 너와 나의 결혼식
이야’ 그더라구요. 그때 ‘아 나와 예수님의 결혼식이구나, 나 이제 예수님의 신부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나 왜 이렇게 살았나 후회하고 그랬죠(웃음)”- 41
“...너무 충격이었어요. 지금까진 나는 늘 피해자라고 생각해왔는데 그 소리를 듣고 나니 내가 잘못했구나 하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그런데도 나를 용서해준다는 소리가 미치도록 고마웠어요...어릴 때는 중독됐을 때만 해도 아버지 원망을 많이 했죠. ‘내가 이렇게 된 거는 다 아빠 때문이다’ 탓도 많이 했고...이제는 아버지를 이해해요. 아버지도 어릴 때부터 너무 많은 일들을 겪으셔가지고..그분의 삶이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회복상담자로 일하면서 너무 좋아요. 일이라는 생각이 안 들고 사명같아요. 내가 여기 있다는 게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하나님이 없었으면 전 아무것도 안 됐을 거 같아요. 나한테 있는 문제 하나하나를 드러나게 하시고 해결도 해주시고...센터에서는 종교적인 부분을 말할 수 없거든요. 그래도 저는 복음을 계속 말해요. 직장이 잘리든 말든. 이게 안 들어가면 소용이 없거든요.”
A가 한강에서 자살하려고 했던 순간, 성령 하나님은 소리를 통해 A를 찾아오셨다. 따뜻하면서도 권위 있던 그 소리는 A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상담자’(Counselor)로서 A가 가야할 길로 인도해주었다. 또한 그 소리는 ‘돕는 자’(Helper)로서 A의 회복 과정 내내 곁에서 돕고 응원해주었다. 끊임없이 낮은 자존감에 시달리던 A에게 ‘위로자’(Comforter)로서 ‘너는 나의 신부’라고 말해준 그 소리를 통해 A는 자존감과 정체성이 회복되었다. 뿐만아니라, 그 소리는 A의 ‘변호인’(Advocate)이 되어 죄의 용서를 선고함으로써 죄책감과 수치심으로부터 A를 해방시켜 주었다. 용서를 받은 A는 자신에게 상처를 주었던 아버지를 이해하고 용서하게 되었다. 이제 A는 상처입은 치유자(wounded healer)로서 중독자들의 회복을 돕는 상담자로 일하며 복음을 전한다. A의 사례는 중독자의 근본적인 치유와 회복은 정신과 의사나 상담자가 아닌, 성령님의 전적인 역사하심으로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
2) 옥스퍼드 그룹 운동(Oxford Group Movement)과 익명의 알콜 중독자 모임 (AA: Alcoholics Anonymous)의 12단계
회복은 혼자 이룰 수 없다. 진정한 치유와 회복을 위해서는 정서적, 영적 후원 속에서 자신의 중독 문제를 진솔하게 고백하고 나눌 수 있는 안아주- 42는
상황(holding environment)과 사람들이 필요하다.117) 같은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매주 모여 자신의 과거를 나누는 가운데 과거의 고통을 재경험하고 직면함으로써 그동안 부인하거나 억압하고 숨겼던 슬픔, 분노, 수치심, 죄책감 등의 감정을 인정하고 표현하면서부터 치유가 시작되기 때문이다.118)
“자조모임(NA)이 아침, 저녁에 열렸거든요. 그때마다 항상 참석했어요.
처음에는 가서 헛소리하다가 나중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더라구요.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쩌다 마약을 하게 됐는지 다 얘기하고...
제 힘이 아니었던 거 같아요. 저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거든요(웃으며). 그런데 굉장히 열심히 했어요. 전부 다 저보고 모범생이라 그러고(웃으며). 그러니까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구요. 간호사 선생님들도 굉장히 잘해줬구요. 간호사 선생님이 저보고 자기 딸 같다고 자기 딸 옷까지 가지고 와서 주시고 그랬어요.”
여기서 회복의 핵심은 고백에 있다. 자신의 삶을 공동체 앞에서 솔직하게 고백하고 그 고백을 경청하는 상호 작용을 통해, 과거의 상처와 잘못을 직면하고, 재경험하고, 재해석하며, 용서하는 일이 일어난다. 그러면서 점차전에는 받아들일 수 없었던 자기 자신의 모습을 수용하게 되고, 자신에게 고통을 안겨준 대상을 용서할 수 있게 된다.119) 고백과 나눔은 안전한 상황에서만 가능하

